춘천 손칼국수 맛집 산골손칼국수
- 춘천 이곳저곳 (맛집과 멋집)
- 2021. 10. 6.
현지인 맛집에 가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칼국수 스타일은 바지락이 잔뜩 들어간 해물칼국수가 아니라 담백한 육수의, 어찌 보면 약간 걸쭉한 육수의 명동칼국수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춘천에 이사 오고 나서는 거의 그런 스타일의 칼국수집을 접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해장으로는 칼국수만 한 것이 없는데 매우 아쉬워하던 찰나에 친구가 명동칼국수 스타일의 손칼국수집이 있다고 정보를 줘서 현지인이 추천해준 맛집으로 가보게 되었습니다. 석사동에 위치한 산골 손칼국수라는 곳이었는데 주차할 곳이 없으니 차를 가져가시면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도 몇 번을 돌아서야 겨우 주차를 했고 주택단지 안에 있는 식당이기 때문에 택시나 도보를 이용하시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세월을 보여주는 외관과 실내이지만 사장님이 깔끔하게 관리하신 탓에 테이블이나 방석 위에 앉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나고 알 보고니 점심때는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다고 하니 식사시간을 약간 피해서 온 것도 다행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저녁 7시까지만 하는 곳이라 퇴근하고 들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고, 애매한 시간에 오면 조용히 식사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뉴는 오직 칼국수와 공깃밥뿐 입니다. 단일 메뉴로 맛집의 포스가 느껴지는 가운데 재료도 모두 국내산이라 김치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구가 여기 김치가 정말 너무 맛있다고 해서 기대를 잔뜩 해보고 있습니다.
김치와 다진 양념부터 주시는데 보통 칼국수집의 김치는 생김치가 나오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적당히 익은 배추김치와 양념이 덜된듯한 섞박지가 나오는데 겉만 보고 실망한 제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김치가 맛있습니다. 특히나 섞박지를 어떻게 담근 건지 모르겠는데 약간 달큼한 것이 계속 당기는 맛이라 리필을 두 번 더했습니다.
드디어 칼국수가 나오고 뽀얗고 걸쭉해 보이는 국물이 일단 합격입니다. 국물 맛 먼저 보았는데 호박과 감자가 푹 우러나서 담백하고 속까지 뜨거워지는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칼국수를 만났습니다. 1차적으로는 후추 러버로서 후추를 뿌려서 먹어줍니다.
진짜 손칼국수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일정하지 않은 면발에 뚝뚝 끊어지는 부드러운 식감입니다. 젓가락으로 먹다가 나중에는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야 할 정도로 부드럽고 면발도 굵어서 입안이 풍요로워집니다.
후추만 넣고 먹었다면 이번에는 칼칼한 다진 양념을 넣고 살살 풀어줍니다. 어느새 김치도 다 먹어서 한 번 더 리필하고 다진 양념 넣은 칼국수를 먹어보는데 역시나 후추와 다진 양념의 조합은 말해 뭐해입니다. 담백한 육수와 칼칼함이 만나니까 어느새 같이 간 남편과는 한마디 말도 없이 칼국수 먹는데만 집중하고 고개조차 들지 않고 흡입하기 바빴습니다.
어느 정도 먹다 보면 땀이 뻘뻘 흐르고 마치 보양식을 먹은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섞박지와 김치가 맛이 없으면 칼국수집은 망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산골 손칼국수의 일등공신은 이 김치들인 것 같습니다.
칼국수 먹는 동안 약간 식은 밥까지 말아서 먹다 보니 어느새 세상에나 국물 하나 남김없이 먹어버린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의 기준에서는 정말 완벽한 한 끼였으며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이렇게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음에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원래 혼자 하시는 건지 아니면 저희가 갔을 때만 혼자 계신 건지 모르겠지만 사장님께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며 맛있게 드셨냐고 물으십니다. 진짜 예전에 집에서 먹던 손칼국수 맛이라고 말씀드리고 자주 오겠노라 약속을 하고 나왔습니다. 남편과 함께 터져 버릴 것 같은 배를 붙들고 맛있는 칼국수집을 발견했다며 기뻐하는 저희 부부입니다. 사장님께서 앞으로도 쭈욱 건강하셔서 오랫동안 맛있는 칼국수를 맛보고 싶은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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